Requiem - Part II 셈할 수 없는 거리를 흘러왔더니 바람에 떠밀려가는 이 배가 회항하는지 진항하는지 알 길이 없구나 반이 접혀버린 저 달은 물밑에 닿아야만 만월이 될 터인데 매일같이 찾아오는 밤에 만월은 참 밝았거늘 이제는 저 반월처럼 나누어진 밝음만이 오는구나 저 반월이 언제나 닿으려나 수평선에 밝아오는 월광만 지켜보는 밤에 우리의 뜨거웠던 젊음의 기억은 어둠 속 횃불이 되어 이 기다림을 위로해 주는구나 출항을 준비하던 우리의 젊음은 태양처럼 뜨거웠지만 네가 떠나버린 항해는 어둠 속 횃불에 의지해 달빛만 쫓아가는구나 후인지 실인지 알 수 없는 이 기다림에 맞닿은 반월과 수평선의 월광은 네가 돌아온 듯 만월을 만들었거늘 어찌 내 속은 더 일렁이는 것인지 바람에 흔들려 일렁이는 월광이 너는 나와 다른 곳에 있음을 말해주는구나